다음날 새벽에 비가 내렸다. 아침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고 있어서 호텔에서 단체로 비닐우산을 대여했다. 일곱명이 에메랄드 색 우산을 들고 가는 모습이 하나의 진풍경이었다. '우리는 여행객입니다~' 라고 홍보하는 셈. 난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었는데-


  이 곳 버스는 한쪽으로 기울어진다?! 정류소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, 문이 열림과 동시에 버스가 기울어진다.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잘 느낄 수 있었는데, 참 우리나라 버스들이랑 어찌도 그리 대조되는지,,,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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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교토 시내. 번화가긴 하지만 오사카와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.


  버스를 타고 료안지로 향했다. 전반적으로 차분한 동네인데, 비까지 내려 물을 살짝 머금은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맑게 트이는 것 같았다.


  깨끗하긴 하지만 정갈함이 더 어울리는 수식어 아닐까-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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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전날 오사카에서 임팩트 크게 놀아서 그런지, 교토에서는 내내 차분해져있었다. 오사카의 활발함과는 대조적으로 좀 더 일본적인 분위기의 교토가 마음에 들었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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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교토 길거리엔 까마귀가 참 많았다. 여기선 길조라는데- 실제로 까마귀를 본 것은 처음이라, 한 번 보고선 검은 독수리 인줄 알았다. [왜이리 큰거야-!] 간혹 녀석들이 우는 까악까악 소리도 교토의 조용함과 은근히 조화롭게 들리는것 같았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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료안지 입구에서 한컷. 관광명소라 그런지 영어나 한국어 등 익숙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.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, 바로 옆에 다른 한국인 팀이 있는 것을 알아도 서로 인사 한 번 안하더군,, 그저 쫑긋- 귀로만 대화 내용만 듣고만 있었다. 같은 한민족을 만나면 반겨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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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료안지는 모래정원이 유명하다. 바다를 상징하는 흰 모래바탕에 섬들을 상징하는 바위와 이끼로 이루어진 정원 전체가 마치 하나의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. [맙소사 절에서 미술관 기분이라니!]
  하얀 모래들을 보면 일정한 결로 고르게 정돈된 것을 볼 수 있는데, 부슬비가 내리는데에도 흐트러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. 사실 손으로 한 번 흩어보고 싶은 욕구가 매우 강하게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.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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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모래정원 옆의 다다미 방 복도. 기모노를 입고 비오는 정원을 보며 시 한 수 읊어보고픈 그런 곳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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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가옥 같은 분위기의 료안지였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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킨카쿠지(금각사) 앞에서는 입장권을 부적 같은 것으로 준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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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킨카쿠지(금각사)가 금각사로 불리는 이유. 누각에 금박을 입혀 놓았다. 호수 가운데에 있는 누각인데, 사실 이거 빼고는 볼 만한게 없었던 듯-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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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킨카쿠지를 나와 들어간 매우매우매우 유명하다는 우동집. 찻집 같은 분위기였는데, 밤에는 주점으로 바뀐다고 한다. 실제로 메뉴에는 식사류보다 주류와 안주류가 더 많았기도-

  비 온 후라 밖이 쌀쌀해서 뜨신 바닥에 앉아 나가기가 싫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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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우동을 먹고 긴카쿠지(은각사)로 향했다. 전설에 따르면 긴카쿠지도 킨카쿠지처럼 은박으로 싸여 있었다는데, 지금은 약간 검은 색이 주를 이루는 사찰건물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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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료안지가 미술관 느낌의 사찰이었다면, 긴카쿠지는 공원 느낌의 사찰이다. 자연 식생은 우리나라처럼 풀이 우거진 게 아니라 초록 빛 이끼류가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, 마치 이세계에 온 듯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었다. [쥬라기공원 같다느니, 반지의제왕의 세계에 온 것 같다느니 하는 의견도 나왔다]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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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촉촉히 물기를 머금고 젖은 기와가 너무 맘에 들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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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긴카쿠지 전경. 사찰이 산을 등지고 있어서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면 야트마한 언덕에까지 이를 수 있는데, 여기서 긴카쿠지 전경과 교토 동부가 한눈에 들어왔다.

  오전에 비가 내렸던지라 가시거리도 길었고 공기가 깨끗하게 씻겨나간 기분이었다. 교토에서 내 정서에 가장 맞아들었던 장소-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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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긴카쿠지를 나와 남쪽으로 이어지는 하천이 있다. 하천 뚝방길을 따라 산책로가 예쁘게 꾸며져 있는데, 이곳이 철학의 길. 생각보다 긴 길이라서 천천히 걷다보면 과연 여러가지 사색에 빠질 법한 길이다.

  무엇보다 인적이 많지 않고 차도 다니지 않아서 한적한 동네라는 점이 젤 맘에 들었다. [연인끼리는 걷지 말도록- '내가 이 사람이랑 왜 연애하고 있지?' 라는 화두가 나올 법 하게 제법 긴 길이니깐]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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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저녁을 먹으러 기혼으로 이동하는 길. 기혼은 과거 유곽이 모여 있던 곳이라 한다. 거리 분위기도 우리나라로 치면 고급 한정식을 팔 것만 같은 곳. 교토의 료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이기에 가격이 꽤 세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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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유곽 거리 뒷골목에서 광선검을 갖고 난동 부리는 4인의 검객. [잘 보면 나는 이도류다]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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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아침엔 부슬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눈이 시시때때로 내렸다. 제법 굵은 눈이었지만 쌓이지는 않았다. 사진은 게이샤(로 추정되는 여인). 조박조박 걷는 자태가 아름다웠다. 밤중에 이 눈을 헤치고 그녀는 어디를 가는 걸까-

2008/09/21 17:06 2008/09/21 17:0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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